어린 시절, 새벽에나 이른 아침에 '재첩국 사이소'하는 소리에 잠을 깬 적 있다.
가끔 엄마는 나에게 큰 양동이 그릇과 종이돈 한 장을 쥐어주며 재첩국 아줌마한테 갔다오라고 한다.
아줌마는 머리에 이고 가던 둥글하고 길쭉한 통을 바닥에 내리고 국자로 퍼담아준다.
마지막으로 잘게 썰어온 부추를 뿌려주면, 나는 그것을 엄마에게 갖다드린다.
그 날 아침은 구수한 재첩국 된장국이나 담백한 하얀 재첩국으로 맛있게 밥을 먹었다.
지난 번 생협에서 '섬진강 재첩국'을 발견하고 사왔다.
정말 어린 시절 먹어본 뒤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재첩국, 반갑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집저집 담장 너머로 퍼져가는 '재첩국 사이소'...
오랜동안 잊고 있던 그 건강한 여인들의 소리가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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