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엄마가 사는 집에 가면, 창 밖으로 뒷동산이 보인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그 때와 달리, 나무가 많지 않고 동산 크기도 훨씬 작아보인다.
그래도 동산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은 눈에 익었다.
풀밭 사이로 보이는 무덤에는 어쩌다 그 자손들이 와서 성묘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지금은 근린공원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도로 공사인지를 앞두고 내버려진듯 황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물가물 나의 추억 속에서는 어릴 적, 풀밭에 엎드려 필기라는 풀에서 하얀 솜털을 꺼내 먹기도 했다.
소나무 사이로 오빠들과 뛰어 놀기도 하고, 솔방울을 주워 서로 던져 맞히기도 했다.
나무에도 올라가고...무슨 까만 풀 열매를 먹으면 입이 보라색이 되고 시큼한 맛이 났던 것 같다.
우리가 바보라고 놀렸던 동네 총각은 늘 솔방울을 주웠다.
하루는 우리가 놀리자 잡으러 뛰어오는 것을 보고 줄행랑을 치며 가슴이 터지도록 무서웠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때, 세째 오빠랑 대문 위 턱으로 가려져 움푹 파인 공간에 한참 숨어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말려 놓은 고구마 빼때기를 씹어 먹다 잠이 들었던 것 같기도...
무엇을 하며 놀았던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포근하게 감싸고 아늑했던 뒷동산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내가 태어난 곳보다 오히려 나의 고향으로 남아 있다.
[참고 이미지] 그 때 그 시절 뒷동산 모습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사진출처: 블로그 '시냇물의 행복한 사진 이야기'에서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QD9b&articleno=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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