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8, 2014 facebook/insook.kim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그리고 [장애, 인권을 만나다]
요 며칠, 두 분의 장애 운동가의 글과 말을 동시에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박경석님의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그리고 장애인인권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게 된 이상호님의 오마이스쿨 강좌 [장애, 인권을 만나다]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지난 2013년에 박경석님이 쓴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를 발견하였을 때, 노들 야학으로 장애인의 교육과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늘 앞장서시던 분이라 무척 반갑고 이야기가 궁금하였다.
그는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하였다가 행글라이더 대회에서 사고로 다치게 되었다. 5년의 칩거 후 세상에 나와, 장애인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뒤늦게 다시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배우고 어렵게 복지관에 취업하였다. 그러나 끝내 장애인들의 교육을 위해 노들 야학의 교사가 되기로 했고 마침내 장기집권 교장이 되어, 장애인들에게 글과 투쟁을 가르치며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가 투사가 되기까지 박흥수 선배의 ‘약물치료, 물리치료’를 받아가며 따라다녔던 이야기와 동료정태수와 3인의 정자결의는 애써 재미있게 풀어놓았지만, 장애인들의 아픔과 동지애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동료들의 투쟁과 죽음을 보며 그는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싸우면 조금은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결코 포기하거나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목표로 하는 성과에는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지금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 가슴이 빠개지도록 비참한 장애인들의 야만적인 현실에 대한 거부이며 불복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백. ‘그래서 비록 홀로 남았을지라도 그 길에 있음이 좋다. 그리고 내가 장애를 가졌을 때 느꼈던 무감각보다 고통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의 투쟁은 한국 장애인 운동의 역사와 맥이 닿아 있다. 장애인 올림픽 거부, 복지관 점심시간 맨손체조 거부 투쟁?(체조 거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어린 박경석은 복지관에다 꼰질렀음..ㅋ), 노들장애인야학의 탄생, 어렵게 구한 직장보다 노들 야학을 선택하고 야학의 우여곡절과 함께 보낸 20년, 1984년 서울시장에게 ‘거리의 턱을 낮추어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순석 열사와 대학정립단의 위령제 투쟁, 2011년 경기도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서울시의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천막 농성 82일, 2001년 오이도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건으로 인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울역 지하철 철로 점거 투쟁, 2002년 발산역 리프트 사고로 국가인권위원회 점거와 단식 농성 그리고 시청역 철로 점거, 이로 인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의 도입 확대, 1999년 서주현 씨(뇌성마비 1급)의 서원대학교 입학 거부와 승소, 1995년 부당한 노점상 단속과 압수에 대해 항의하여 분신한 최정환씨(장애인복지를 말하는 사람은 이 사람을 기억하라고 한다. 장애인은 시혜와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 7년간의 에바다 투쟁, 4월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의미 반전으로 이루어진 2004년 마포대교 8시간 행진, 2012년 종로 도로 행진, 2013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그리고 3장에서는 노들야학의 학생들, 상근자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들야학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탈시설하여 자립생활하는 이들의 고군분투, 활보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의 배고픔을 뻔히 알아 마음 편히 밥 못 먹는 상근자들, 공부와 투쟁을 함께 배우는 이들, 때로 공부가 먼저냐 투쟁이 먼저냐 의견분분, 학생회장 선거와 투표, 탈시설에서 결혼까지…
[장애, 인권을 만나다]
전체 9강을 통해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아왔고, 근대에 이르러 어떻게 그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사회적 장애를 발견하고, ‘Nothing about us without us!’를 외치며 저항해 왔는지 세계 장애운동의 흐름과 우리나라 장애운동의 방향성 제시를 통해, 그 역사와 철학을 듣는 것은…… 저 밑에서 끓어오르는 아픔이고, 분노이고, 성찰이고, 외침이고, 생명이고, 힘이었다.
이상호님이 ‘장애운동의 길라잡이’라는 책을 올해 2월에 냈다. 강좌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다음 기회에 꼭 읽어보아야겠다. 두 분의 삶과 글과 강좌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삶을 보면서 차별과 불이익에 대항하여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배운다. 제대로! 거칠게!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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