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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지구별 여행 2015. 3. 15. 05:48

September 24, 2014 facebook/insook.kim

[거꾸로 읽는 세계사]

운동권 출신의 한 지인이 말했다.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역사를 필수로 배워야 하는데…’ 역사는 뒷전이고 영어, 컴퓨터…이런 것들이 필수 내지 추천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단다. 그랬다. 나의 경우도 영어공부는 못해서 안달하면서도 국사나 세계사는 입시 점수 따는 공부에 그쳤고, 돌고 도는 역사, 그렇고 그렇지 하며 고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해왔었다. 후회스럽지만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역사의식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에 놀란 가슴, 끊이지 않는 의문들, 어이없는 정치인들의 언행, 표가 필요할 때는 국민들을 향해 길바닥 읍소도 마다하지 않더니, 선거만 지나면 마치 국민을 적으로 알고 있지 않나 싶은 대통령과 정부, 이래저래 무능력한 여당과 야당, 권력을 비호하는 검찰과 공정하지 못한 판사들…

국내 사회, 정치 뿐만 아니라 크게 불거져 나오는 국제 문제에 대한 뉴스나 칼럼들을 보다 보면 어지럽기까지 하다. 현상들은 보이는데, 그 안의 내막이나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그 이전의 내용들을 모르니, 나로서는 현상들이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 가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번 ‘나의 한국현대사’에 이어 또 다시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찾았다.

‘거꾸로 읽는다’는 말이 시간을 역순으로 해서 세계사를 읽는다는 말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각하게 편향되고, 그것도 정치권력이나 자본가 중심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왜곡되어 온 민주주의와 반공의식에 세뇌되다시피 배워온 바로 그 역사관을 거꾸로 뒤집어서 다시 제대로 세계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란다.

그리고 이 책은 ‘드레퓌스 사건’, ‘피의 일요일’, ‘러시아 10월 혁명’, ‘대공황’, ‘대장정’, ‘미완의 혁명 4.19’, ‘베트남 전쟁’…이라는 목차에서 보듯, 이 사건들을 먼저 설명하면서 그 전후의 배경과 상황 전개, 결말과 그 역사적 의미들을 짚어주고 있다. 내가 나의 의식을 가지고 읽은 첫 세계사 책이다 보니,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마치 흡입하듯이 읽어 나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몇 차례 불거졌다가 거짓으로 드러났던 간첩 사건과 똑 같은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1894년). 국가 기밀이 담긴 편지가 독일로 보내어지기 전에 발각되고, 간첩을 찾아내야 하긴 했는데, 글씨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드레퓌스 장교는 간첩이 되어야 했고, 유배까지 가야 했다. 그러나 몇 년 뒤, 그 글씨를 알아본 피카르 중령은 범인이 드레퓌스가 아니고 에스테라지 소령임을 밝히고 다시 재판할 것을 참모본부에 요청하였지만, 참모본부는 자기네들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드레퓌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묻어버리려고 했다. 결국 피카르 중령마저 체포되고, 세계 여론은 프랑스를 비난했다.

이 사건은 당시 프랑스의 작가 에밀 졸라가 신문에 드레퓌스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기고를 하면서 다시 프랑스와 세계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만 보수꼴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도 있었다는 것. 재심 요구파와 재심 반대파가 두 패로 나뉘었는데, 이 재심 반대파라는 것이 꼴통들이다. 민주주의와 프랑스대혁명의 이념에 반대한 왕정복고주의자와 옛 귀족들, 드레퓌스를 감옥으로 보낸 군부, 유태인 박해에 앞장선 과격한 가톨릭교도들, 보수 정치가들, 군국주의자들이 각자 자기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폭력과 강압으로 재심 요구파들을 짓눌렀다.

차라리 이 사건은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던 장교가 자살하고 진짜 범인 에스테라지 소령이 영국 출판사를 통해 상부 명령으로 이중첩자 노릇을 한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써 냄으로써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간첩 조작 사건은 그 결말이 참 허탈하다.

이 뿐 아니라, 중국의 ‘대장정’ 부분을 읽으면서, 특히 장개석과 모택동의 백군, 홍군의 투쟁을 보면서 중국이 왜 사회주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러한 변화를 겪게 된 당시 청 왕조 이후의 사회적 상황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다는 것에 흥분하기도 했다. 넘쳐나는 부정부패, 철저하게 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군벌, 지주, 탐관오리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 국가, 선진국, 문화국민이라고 알고 있는 나라들도 세계사에서 보면 자본과 무력을 앞세워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약한 나라와 민족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는 것. 일본의 조선과 중국 침략도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묵인하였고, 베트남은 100년 가까이 프랑스, 영국,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싸워내야 했고, 팔레스타인에서도 영*미의 모략과 간섭에 의해 민족간에 대립이 고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사실 지금까지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종교와 이념, 정치적 갈등의 땅이 되고 말았다. 최근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과 IS와 미국의 대결 전쟁…

마지막 통일 독일의 편에서는, 서독이 통일을 위해 오랜 동안 세심하게 사회제도들을 준비해 온 것과 통일 이후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통일이 어떠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보면서 지금 나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진짜 민주주의와 왜곡된 민주주의, 소련과 중국에서 드러난 사회주의의 실패,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자와 빈익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무력을 앞세운 국가 이기주의와 그로 인한 국가간, 민족간의 갈등 들을 이해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어느 시대고 어느 사회고 정의롭고 민중의 편에 서는 착한 사람들이 반드시 있지만, 또 한편 그들을 갖가지 악랄한 방법으로 억압하는 악한 사람들도 존재하고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 개발 더 이상 하지 말자, 폐기했다, 문제 없다 하면서도 지구를 몇 번이나 터뜨리고도 남을 핵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지구. 세계적으로는 핵발전소를 줄이는 추세인데도 악착같이 늘리겠다는 한국의 핵피아들도… 멸망으로 달려가는 지금 이 길에서 인류는 다시 '거꾸로' 평화와 공존으로 선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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