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책야그

정치의 발견

지구별 여행 2016. 1. 17. 01:13

화요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던 몇 권의 책이 도착했다.

 

그 중에 정치의 발견, 정당의 발견.

이 책들은 정치적 글쓰기/말하기 강좌의 교재.

저자이자 우리 글쓰기의 강사이신 박상훈 학교장님은 뭘 발견하기를 좋아하시나보다.

하긴 정치에 깜깜이인 내가 책을 읽다보니,

내가 왜 정치인이 될 수 없는지, 또 내가 지지하고 싶은 정치인/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만도 대단한 발견이다 싶다.

 

'내적으로 무기력하고, 또한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그에 대해 적절하게 답할 수 없는 자는 정치가라는 이 직업을 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말이 속시원하게 나를 설명해주었다...ㅋ

다른 한편  '정치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자 할 때에도,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정치가를 찾아 지지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여기서 그런 순간이란? '반정치주의'자들의 야유나 질문에 대해 정치에 대한 소명 의식과 열정으로 설득력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 그 경지. 

나 역시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역할을 할 때, 어떤 정치가/정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분명한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 

 

첫 강의시간 교재였던 '만들어진 현실'은 깊이 있는 연구논문 같고 어휘도 어려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의 혼이 혼미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1부 읽고, 건너띄어 4부, 다시 돌아와 2부 읽다 말고 덮어두고 있는데, 정치의 발견은 책맛이 다르다. 마치 강의를 듣고 있는 것처럼 술술 읽혀지고 재미있다.

어느 정치아카데미에서 저자가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인데, 강의 내용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나 그들이 했던 말들을 전하고 있어 재미있고, 나도 그 강의실 한 쪽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기도.

 

여러 가지 설명으로 정치를 말하고 있는데, 그 중에 나에게 가장 명쾌하고 실감나는 설명은 이것이다.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약간만 바꾸더라도 부조리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가 인간 사회의 미래를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잘 쓰인다면, 결핍된 조건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내일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그리고 읽다보니 약간 모호했던 부분도 있다. 신념 윤리, 책임 윤리를 좀 더 쉽게 선한 목적, 악한 수단이라고 바꾸어 부르기도 하면서  설명하시는데, 이해는 되는데 실감이 안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정권에서 노동개혁한다고 하면서 노동개악을 해놓고, 무상보육을 대선공약으로 해놓고 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공약대로 경제민주화를 이루었다고까지 하는데 전혀 실감할 수 없는 현실마저도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는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얼핏 스쳤다.

아마 글보다강의로 들으면 좀 더 실감나게 와닿지 않을까...

어쨌든 선한 목적과 악한 수단 사이의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고민하고 도덕적 비애감 속에서 몸부림치더라도, 그 때문에 자신의 내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 단련하고,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속에서 성숙한 인간의 정치가'에 대한 기대는 많이 공감되었다.

 

지금 알린스키와 오바마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저자는 오바마의 말의 힘에 압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바마라는 한 인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두 개의 연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글로도 나의 혼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인데, 오바마의 말로 직접 듣는 감동은 어떠했을까?

 

이것 저것 해야하는 일상들이 귀찮게 여겨진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