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당 공부방

정치적 글과 말

지구별 여행 2016. 1. 21. 11:08


정치적 개념과 논리, 표현을 더 수준 있고 명료하게 다루는 것이 갖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민주정치는 말의 힘을 다루는 것이고, 우리가 다퉈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더 설득력 있게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 민주정치는 기회를 준다.

정당의 발전이나 민주주의의 성숙을 말하며, 좀 더 깊이 있고 수준 있는 대화가 정치권 안팎에서 가능해질 날을 기대해 본다.

-정당의 발견, 89p


진보적 운동가들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는 일에 말년을 바친 사울 알린스키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적절한 단어와 거의 적절한 단어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와 같다.'

정치가라면 적절한 언어를 선택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는지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언어는 위험하다.

모순적인 요구들 사이에서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많기도 하다.

상대의 관점에서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결정에 따라서 갈리게 될 피해자와 수혜자의 관점도 균형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에 눈감고 그저 자신들의 파당적 입장만 고집스럽게 내세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은..., 재난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파당적인 입장을 갖더라도 절차적 정의에 기초를 두면서 최대한 보편적이고 공정하고자 노력했으면 한다.

-정치의 발견, 178


알린스키가 '의사소통의 기술'을 강조했다면 오바마는 '말의 힘'을 강조했다.

알린스키는 운동가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이념, 가치를 수혈하거나 계몽하려 하지 말고 보통 사람들의 경험의 세계에 기초해 대화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는 늘 '가서 그들의 말을 들어라'라고 했는데 오바마의 책을 읽다 보면 계속 '듣는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듣는 것도 실력'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을 만나면 비굴할 정도로 자세를 낮춘다.

운동가들은 말끝마다 민중을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을 믿거나 존중하는 것 같지는 않다.

보이는 데서만 보통 사람들을 떠받들고 자신을 낮추는 가식적 태도 대신 그들과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알린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경험이 주는 안전함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의 경험에서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를 필요로 한다.'

좋은 정치가나 제대로 된 조직가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다리를 놓기보다 그들을 계몽하고 가르치려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은 대중을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정치가라면 대중의 실제 경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들고 뚜벅뚜벅 건너서 자신의 길을 넓혀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의 발견, 87~88


어디선가 오바마는 '진보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는 아주 좁은 오솔길만이 나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보적인 것은 선한 의도와 목적을 지향하지만 정치적인 것에는 인간이 갖고 있는 악의 요소, 어두운 측면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로 하여금 진보와 정치를 양립시킬 수 있는 그 좁은 길에서 큰 성과를 얻게 한 힘은, 그가 정치를 이해하는 실력에 있지 않나 싶다.

넓은 인간적 기초 위에서 진보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의 좁은 길을 내는 일,

오바마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아야말로 우리 사회에서도 좋은 진보 정치가 힘써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정치의 발견,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