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밟기 - 안양천 자전거 도로 라이딩
5월의 마지막 날, P는 전동휠체어로 나는 자전거로 안양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P는 새로 산 전동휠체어 배터리 성능을 확인 겸, 자전거도로 앱을 처음 깔고서 사용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살까말까 망설여왔던 폴딩형 자전거를 샀다. 길을 나서면서 동네 근처 삼천리자전거점에서...
앗, 챙이 넓은 모자도.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해질 무렵의 느즈막한 오후 시간.
시흥대교 아래 경사로를 내려와 자전거도로를 따라 오목교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
오목교에서 범이나 민이와 벙개를 할 수도 있다는 희망과 왕복 20km를 목표로 하여.
지나간 지역의 랜드마크를 다리로 한다면, 금천교-철산대교-광명대교-안양교-구일역-고척교-오금교-신정교-오목교 !!
어마어마한 거리를 멋모르고 시작했으니 망정이지, 알았더라면 갔을까 싶기도하다.
사실, 지금 컴 앞에 앉아있는 내 엉덩이의 좌골결절이 띵띵 부어있으니...ㅠㅠ
자전거를 오랜만에 탄데다, 더구나 첫날부터 왕복 20km 라는 무리를 했다는 것.
그러나 어슴푸레 저녁 어두움이 내려오면서 자전거로 달리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어떤 구간은 시궁창 냄새나 거름 냄새, 날파리떼들로 역겹기도 했지만, 곧 상쾌한 공기로 바뀌었고, 상큼상큼한 풀냄새도 많이 맡을 수 있었다.
보행자 도로도 따로 있었고, 자전거들은 우측통행을 기준으로 여의도 방향, 안양 방향으로 주행하였다.
P의 전동휠이 앞서고 나는 가까이 뒤에서 따라갔다.
중간 5km가 넘는 지점에서 한 번 쉬고는 계속 내달렸다.
저녁 9시를 넘어 오목교에 도착하였다.
범이나 민이는 벙개할 생각이 없었는지도, 밴드에서도 전화도 응답이 없었다.
우리는 주말이니 그러려니 하고, 오목교 근처 토리촌에서 도토리 수제비와 막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다시 오목교에서 출발하여 되돌아왔다.
어둠이 깊었고,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훨씬 적었다.
바람은 춥기까지 했다.
문제가 생겼다. 안장에 얹혀진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하고, 오른쪽 무릎이 뻐근하게 결리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시간 주행을 해서일 수도, 안장 높이나 핸들 높이가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래도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오른쪽 다리를 폈다 오르렸다 하면서 계속 주행할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반이상 남은 지점부터 P도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불안해하며...그래도 시흥대교까지 돌아왔다.
집까지는 시흥사거리에서 막차 직전의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받아타고 가기로 했다.
어디 탐험을 갔다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