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책야그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지구별 여행 2015. 5. 11. 00:08

지난 해, 세월호 이후 즐겨듣는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12월 즈음, 노회찬님 이 책을 펴냈다고 알렸다.

세월호 이전 나는 정치에 대해 전혀 관심 No.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이거, 한참 잘못됐구나.' 거의 충격에 가까왔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사람들, 국민정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너무 다르잖아!, 생소함마저 들고 어쩌다 이리 된건가? 마구 의문이 들었다.

그 동안 나는 아무리 정치인들이 잘못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있고, 이제는 온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고 지켜보는데 그렇게 나쁘게야 하겠어, 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막연하지만 점점 발전하고 개선되어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야, 라고 대책없는 긍정마인드? 그런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 하나의 무관심이 나의 무지 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 모양이 되게 방치하고 있었구나, 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남들한데 잘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해 관심 갖고 알아겠구나, 투표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에도 참여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겼다.

아마도 어느 세월호  집회에서 유가족이 '깨어나라, 시민들이여'라고 외친 그 부르짖음에 그제야 깨어난 것인지도...

그래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도 매주 월요일(1부)과 화요일(2부) 저녁마다 기다렸다 듣는다.

이제 정치사회 관련 책도 틈틈이 읽는다.

 

이 책은 구영식이 묻고 노회찬이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쓰여졌다.

구어체 대화를 읽는 느낌이어서 좋다. 노회찬의 바로 핵심(결론)부터 집는 답변도 좋다.

사실 나는 386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대정치에 대해 문외한이다.

이 책에서는 80년대 대학을 가지 않고, 사회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306이라고 한다는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민주운동,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인권/환경운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그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뉴스나 이슈마다 인터뷰하는 정도로만 들어서 아는 것이 전부인 셈이었다.


노회찬의 삶은 우리나라 진보운동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4.19혁명, 5.16쿠데타, 월남 파병, 유신독재, 5.18 광주민중항쟁, 민주화 등 역사적 배경 속에서 그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진보정당활동의 길을 걷는다.

대학생 시절, 용접을 배워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하고, 인천 지역 중심으로 노동조합활동(인민노련)을 펼친다.

이후 노동운동을 정당활동으로 옮겨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정의당으로 진짜 진보정치의 한 길을 걷는다.

(나는 민주당과 같은 야당, 민주진영이 진보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온건보수이지 진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진보운동,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진보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그 이야기들을 한 눈에 펼쳐볼 수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장애분야를 보다라도 인식의 부족, 서비스/제도의 미비, 예산 부족이라는 장벽에 늘 가로막혀 장애인 삶의 질이 너무도 더디게 향상되고 있다.

장애 분야 뿐만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우리는 OECD국가,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선진국들과 곧잘 비교한다.

서비스/제도를 주관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어느 수준의 서비스/제도가 갖추어져 있는지, 그래서 대상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좋은지...

나는 북유럽이나 선진국가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정부도 당연히 복지국가를 표방하여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노동운동, 시민운동, 정당활동 등 투쟁적인 요구를 하지 않으면 국가/정부가 알아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의 존재가 중요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요구를 전달하고 정치화하는 역할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더디지만 한걸음씩 배우고 실천하며, 좀 더 살기좋은 사회가 되도록 나도 무엇 작은 것이라도 기여하고 참여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