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난 해, 세월호 100일 집회가 있던 날이었던가.
서울광장 한 켠 도서관 건물 앞에서 동네서점 도서할인행사가 있었다.
뜻 밖에 보게 된 행사였고, 집회 시작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터라 이리저리 책 구경했다.
한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 한비야의 이름만 보고도 반가웠고 덥썩 집어들었다.
'체 게바라', '제인 구달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집으로 왔다.
그러고도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 일 저 일에 떠밀려오다, 지난 번 읽었던 '한국의 글쟁이들'에서 한비야씨를 대표적인 한국의 글쟁이로 소개 받고 드디어 이 책을 펼쳤다.
나도 참 더디고 더딘 사람이다.
한비야라는 사람과 그녀의 책 소문이 무슨 열병처럼 퍼지던 어느 해가 있었다.
서점에 들러 꼭 사보아야지 하면서 결국 그냥...
몇몇 해를 지나고도 이제서야 한비야의 책을 처음 읽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국견문록' 다음으로 이 책이란다.
이 책 뒤로도 '그건, 사랑이었네', 올해 2015년 2월 '1그램의 용기'... 어서 이 책들 속에서 한비야씨가 만난 세상을 만나고 싶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가 그녀의 월드비전 긴급구호요원 활동을 기록하듯,
그녀는 자신이 몸소 체험한 세계여행, 한국기행, 중국견문... 등 생생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으리라.
월드비전 회장의 스카웃으로 긴급구호 팀장이 되어 세계 각지 분쟁, 재난 지역으로 파송된다.(2001~2005년)
아프가니스탄,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쓰나미 피해 지역...
오지 탐험도 마다않는 그녀의 세계여행 경력이 월드비전에게나 그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분쟁 지역의 위험도 무릅쓰고 달려가는 그녀에게는 세계를 품고 사람을 사랑하는 남다른 세계관과 믿음이 있었다.
비싼 호텔 대신 저렴한 숙소를 찾아내고,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전력 공급 중단, 통신두절의 악조건 뿐만 아니라 빈대와 벼룩, 모기에게 물려가면서도 현지에 적응한다.
그 나라의 말과 방식대로 인사를 나누며 금새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특기가 있다.
그녀의 긴급구호 업무란, 긴급구호 현장 파악과 기금 마련을 위한 홍보에서 시작하여, 구호 물품 배분 사업, 국제 본부 정책을 세우는 일까지.
예를 들어 네팔 지역...
지난 4월 25일(2015년) 네팔에 80년 만의 대형 지진이 발생하였고, 지금도 사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비야가 10여년 전, 긴급구호요원으로서 네팔을 방문했을 때는 정부군과 공산 반군의 내전으로 이 양 세력 틈에 국민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주물라에서도 외곽, 반군의 통치 아래 들어간, 산악 지역 마을을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Food For Work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자기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면서 임금을 식량으로 받게 하는 배분 사업이었다.
산길을 넓히거나, 다리를 놓거나, 관개수로를 만드는 일과 같이 각 마을에서 자기 고장에 가장 긴요한 시설을 결정하면,
월드비전 배분사업팀은 필요한 자재를 대고 공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식량으로 임금을 준다.
이 책을 통해 긴급구호사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수행되는지, 월드비젼과 다른 국제협력기구들이 어떻게 연대하는지, 긴급구호요원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등 실질적인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니, 그녀가 참으로 당차고 큰 사람으로 다가왔다.
세계를 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과 문명을 넘나들며, 질병도 전쟁도 무서워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란다.
가슴 밑바닥에서 울리는 진군의 북소리와 함께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명령에 따라...
책으로 전하는 그녀의 삶들이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