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록하다
지난 4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가 있었다.
광장을 발디딜 틈 없이 꽉 메운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였다.
추모하기 위해 받아들었던 국화 한 송이, 긴 행렬에 결국 추모식장에 올리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테이블 화병에 꽂아두었다.
열흘이 지난 오늘, 책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니 후두둑 꽃잎이 흘러내렸다.
1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과 416연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16일, 그리고 18일까지 이어진 추모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겹겹의 경찰 차벽에 막히고, 물대포와 채루액에 맞서 싸워야했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사고는 참사가 되고, 참사는 다시 은폐와 조작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였다.
그리고 별별 막말과 경악스런 퍼포먼스로 분노했다.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안산, 다시 국회로, 청와대로, 광화문광장으로 걷고 시위하고 굶고...이제는 삭발도 하였다.
이렇게 목놓아 외쳐서야 겨우 실종자 수색, 국정감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 조사위원회 구성, 시행령 제정, 인양 결정...이 가까스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제 4월 28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인정'이 되어 무기징역을 받았다.
지난 1차 심판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한 판결을 뒤집었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유병언. 찾는 것인지 도망가는 것을 돕는 것인지 헛갈리게 하던 추적 수사. 지금까지도 미심쩍은 행적과 사인을 남긴 시체 발견.
그의 재산과 기업 자산을 압수하여 사고 배상을 한다고...
해경, 선박관리와 관련된 기관, 공무원들, 국무총리...어떤 이는 사표를 내고 물러나고, 어떤 이는 징계를 당하고, 재판을 받는다.
겨우 현행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꼬리자르기식 처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나로 하여금 제대로 보게 하였던 첫 사건이다.
세월호에서 무참히 죽어가던 아이들이 나에게 남긴 것이다.
뉴스와 기사, 다양한 매체들이 제각각의 포커스에 맞추어 쏟아낸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억한다.
jtbc뉴스, 김어준의 파파이스, 노유진의 정치카페, 뉴스타파, 주권방송의 국민정보원, 잠깐 들른 식당에서 보았던 TV조선까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들을 오준호 작가의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으며 다시 편집하였다.
작가도 안산 사람이다. 세월호 기록단에서 활동하며 유가족과 동행하고, 세월호 재판 법정에서 방청하였다.
이 책은 비록 재판에 한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증언과 대화, 증거, 재판 기록을 기반하여 세월호 참사를 재구성하였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은 앞으로 세월호 진실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읽으면서 그 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부분 부분 알고 있었는데, 침몰-구조-출항-선원이라는 4개의 포커스로 사건을 재조명하여 전개하고 있어,
출항으로부터 구조까지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흐름과 각각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면밀하게 볼 수 있다.
작가가 말했듯이, 세월호는 무책임, 부정부패와 비리, 관행과 부도덕, 무능력한 사람들, 바로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물이다.
이와 유사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수히 있었고,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쩌면 이보다 더 큰 사건들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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