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최근 고나무 기자의 '사실을 다루는 글쓰기' 강좌에서 기자님은 한겨레의 선배 고 구본준님에 대해 자랑스럽게 소개하였다.
이미 고인이 되어 아쉬웠지만, 그 분의 정갈한 글쓰기와 건축이라는 전문 분야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단다.
그 분의 기사, 트위터, 페북, 블로그에서 글쓰기와 사진의 배치, 전체적인 구성을 엿보기도 했다.
구본준 님이 펴낸 책을 찾아 보다가 이 책의 제목 '한국의 글쟁이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도대체 어떤 글쟁이들이 한국에 있는 것일까?
각 전문 분야에서 18분을 인터뷰하여 그들만의 집필 세계를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다.
2008년 이 책이 나왔으니, 그 뒤로도 새로운 저술가들이 더 나타났으리라.
그러나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은 나로서는 이 중에서 두 분 말고는 아는 작가가 없더라.
한비야, 도올 김용옥. 이 두 분의 책도 직접 읽은 것은 아직 없다.
국문학, 미술, 역사, NGO, 만화, 동양철학, 서양사, 건축,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글쟁이들을 분석하여 쓴 글이니 그 경지가.... 꺆~!
책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이 인터뷰 기사들이 연재될 당시 인터뷰이였던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책으로 만날 때마다, 나도 그 인터뷰 현장으로, 그 작가의 삶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 만큼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컸겠지만, 각자 다른 삶의 길에서 자신 만의 방법으로 터득하고 일구어온 글쓰기의 세계를 엿본다는 것은 대단한 지적 경험이다.
이 책에서 만난 글쟁이들의 분야와 직업이 다르기는 하지만, 글을 쓴다 또는 저술한다는 활동(작업)에 있어서 유사한 점, 공통점들도 제법 많았다.
글쓰기를 배우는 입장에서 이 공통점들을 중심으로 기억해야할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하나. 무엇보다도 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많은 책들을 읽었다. 전공 분야 외에도 폭넓은 독서를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술에서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면도 있지만, 종횡무진 분야를 넘나들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를 설명하는 능력들이 폭넓은 독서에서 비롯된단다.
교양과학의 정재승님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이어서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재미있어요...상대성원리를 설명하는데 교향곡 이야기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는, 이렇게 연관 없어 보이던 것들이 실은 잘 묶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기쁨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거죠.' 라고 말한다.
둘. 자료 수집광들이다.
자신들의 작업실 뿐만 아니라 집까지 온통 책으로 쌓아 두고 있다거나, 수첩이나 메모지를 활용하여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정보, 인상적인 표현들을 기록한단다.
민속문화 저술가 주강현님은 민속행사 현장에 갈 때에는 아예 빈 포켓화일을 들고가서, 행사일정표나 브로셔 등 관련 자료들을 담아온다.
사진 촬영한 자료나 기록들을 전용 컴퓨터에 별도로 보관한다.
어느 작가는 매년 한두차례 해외로 가서 책이나 정보들을 수집하고, 직접 카메라에 담아온다.
국문학 저술가 정민님은 병원의 환자챠트 거치대를 활용하여 자료 화일들을 보관하기도...
셋. 규칙적으로 글을 쓴단다.
시간을 비롯해 자기관리를 웬만한 조직의 리더들만큼 한다나...
대부분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글을 쓰는 습관들이 있고, 특히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저녁 시간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 공통점들도 눈에 띄었다.
일 년에 한 권이든, 두세 권이든 각자 나름의 책을 쓰는 패턴이 있단다.
넷. 독자들을 위한 글쓰기,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작가들이다.
글을 쓰는 것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함이란다. 미술, 건축, 동양학, 서양학, 과학, 민속문화...라는 특정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것을 쉽게 풀어 대중과 나누고 싶단다.
지식과 정보를 쉽게 풀어 전달하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어 대중들의 인식을 끌어내기도 하고....
참 매력적이다. 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기도 하지만, 이런 전달자의 역할에 대해 사회적 책임까지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 요약하자.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이들이 다시 책으로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이어간다.
이들의 책을 찾아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한정해 놓고, 딱 거기까지만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 분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들을 엿보고 나니 이들이 영혼으로, 온 삶으로 낳은 책에서 직접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