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책야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지구별 여행 2015. 4. 14. 07:46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노들장애인야학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다만 그들이 장애인운동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웬만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쎄게' 운동해서 나가떨어지기 쉽상이라는  정도의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기사들에서 보면 앞장서서 장애운동하는 '전장연'과 따로 구분이 어려운 '노들야학'이다.

그것은 아마 이제는 하얘진 꽁지머리의 박경석씨 덕분인지도 모른다.

지난 번 박경석씨의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에서도 노들야학의 이야기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

이미 친근감이 생겨 있다.

 

나도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이라 장애인들의 야학 공부에 시선에 갔고, 마음에 여운이 남았다.

책이나 등록비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밥 한끼 제대로 먹느냐 못먹느냐, 배변처리를 위한 보조? 부족한 활동보조시간을 쪼개가며 써야 하는 생존의 문제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글을 깨쳐보겠다고, 취업이나 대학을 가보겠다고,

그러면서도 장애인들이 살만한 세상 만들겠다고 운동도 함께 해가며

배우고 가르치는 야학의 모습이 마음 깊숙이  와닿았었다.

 

그래서 노들장애인야학의 20년사를 정리한 책이라하니 덥석 클릭.

대학 4학년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을 야학과 함께 했던 홍은전 선생님의 손으로 직접 엮었다고 하니 더 마음이 애틋해졌다.

야학 사무실 한 켠에 묵혀있던 교육일지, 손으로 직접 쓴 소식지, 역사를 함께 걸어왔던 사람들의 인터뷰...

이와 같은 소재들이 엮여 읽기 좋게 한 권의 책.

 

67페이지에 있는 제2호 '스포츠 노들'은 직접 손으로 써서 삐뚤빼뚤한 글씨 그대로 스캔해서 올려졌다.

그 깨알같은 글씨들을 따라 읽으며 기자(아마도 교사들?)들의 살아숨쉬는 해학에 빵터지기도 했다.

노들야학은 장애운동의 중심에 서있었다.

장애해방? 장애문제를 사회운동으로 풀어내고자 했던 박경석 교장의 철학과 실천이 노들야학에도 그대로 전수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교육권이냐, 운동이냐? 노들야학의 방향을 두고 고민하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모습도 포착할 수 있다.

이동과 접근성, 활동보조서비스, 탈시설, 취업, 결혼...

장애와 관련된 끊임없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사회변화를 요구하고 쟁취해가는 사람들이 이 역사책에서도,

그리고 지금 광화문 거리와 현장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박경석 교장이 구치소에 감금되었을 때, 야학은 그 구치소 앞 거리에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야학이고 운동이다. 배우면서 바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언젠가 나도 이들 무리 속으로 걸어가 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거리에서 같이 밥 먹고 공부하고 소리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