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책야그
활보 활보
지구별 여행
2015. 3. 15. 05:47
September 16, 2014 facebook/insook.kim
'활보'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줄여서 흔히 부르는 말. 나의 직업.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죽음으로, 단식으로, 삼보일배로, 온 몸으로 부르짖어 겨우 얻어내고
지금도 정부와 지자체와 싸우면서 조금씩 확대되어 왔다....
아직도 그들의 자립생활을 보장하기에는
지원하는 시간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아직 많고...
어느 듯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부터 지금까지 7년의 시간.
이제는 활동보조인의 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활동 내용이 다양해질 수록 더욱 대두될 문제이기도 할 듯...
지난 주말 저녁, P의 귀가를 돕던 중 나도 함께 저상버스에 탔었다.
장애인 지정석에 자리를 잡고 얼마 후
우리 쪽으로 성큼 다가온 한 아주머니, 자기는 땡땡 복지관의 활보라면서, 다짜고짜 어디 소속(서비스 중개기관)이냐부터 묻더니, 몇 시간 받느냐, 자기 도련님은 500시간 받는데, (P를 내려다보며) 이 분도 그렇게 나오겠는데, 몇 사람이 하느냐..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아주머니 곧 내리고 떠난 후, 참 괘씸한 생각이 밀려왔다. 처음 보는 사람의 장애 상태를 보고 선무당 같이 등급을 매기고 시간
과 활보의 수까지 계산하는 작태라니...
활동보조인들이 시간과 거리 따지고, 중증이냐 경증이냐 따져서 일하기 편한 쪽으로 선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등을 말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활동보조인들 중에 장애를 가진 그(녀)가 무슨 소망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그 한 사람이 자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것이 불편해서 무엇이 지원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함께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난 추석, 나의 추석 선물로 고른 몇 권의 책 중에 [활보 활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반가운 사람, 활보 정경미씨를 만나 유쾌했었다.
[활보 활보]
1년 남짓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를 하신 정경미 선생님의 ‘코믹 활보극’이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라 하면 무거운 이야기이기 쉬운데, 이 분의 글은 독특하게도 너무나 유쾌했다. 활동보조인으로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고도 톡톡 튀는 언어로 술술 풀어놓았다. 수다? 같이 편안한 글.
그리고 중증장애인 S, J, H 세 분의 뚜렷한 스타일의 차이, 남다르게 살아온 배경들을 풀어 놓아,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을 한 발 더 다가가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가 활동보조인을 시작한 동기, 장애인들의 삶을 함께 나누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 개인적인 생활의 고달픔들도 사이사이 곁들여 놓아 친근감마저 든다.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이해, 활동보조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돕는 책이다.
-활동보조란 한 몸이 다른 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두 몸이 만나 하나가 되어 ‘같이 하는’ 것이다??
-발로 마우스를 쓰는 장애인의 그 발에서도 무언가 고심하는 ‘표정’을 보았다??
-가난한 활보의 자취집에는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데, 중증장애인의 체험홈에서 뜨거운 물로 H를 씻겨주면서 서로 혼연일체가 되어 치료되는 것을 느꼈다는 ‘목욕 테라피’… 내가 빵 터진 대목. S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