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책야그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

지구별 여행 2015. 3. 15. 05:26

 

후쿠시마 사토시

이 책 표지에는 동양의 헬렌켈러라는 별칭을 달고 저자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번역하면서 자신을 헬렌켈러에 비유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헬렌켈러에 비해 자신은 서민적이고 씩씩하고 강인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랬다.
그가 초등학교때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 그리고 고등학교 때 청력마저 잃어가며 빛과 소리가 없는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사람들과의 소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소소한 일상생활 가운데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머니에게 그저 투정부리던 어느날 문득 손가락 점자로 말을 하는 어머니. 그 말을 확연히 알아들으며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서로 손을 포개어 손가락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동성연애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리고 손가락 점자로 통역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전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우두커니 있을 때 먼저 손가락으로 말을 걸어오는 고마운 선배,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대화나 분위기도 그대로 전달하는 통역자와 함께 하는 술자리의 정겨운 대화들, 스님의 머리를 만진다든지 좋아하는 SF작가의 배를 만진다든지 장난끼어린 호기심에 기꺼이 몸을 허락하는 사람들.

Touch in Tokyo

길을 걸어 보면 보여 와.
하늘 물색 바람의 반짝임
손가락으로 말하면 들려 와.
사람의 따뜻함 먼 파도 소리
타는 듯한 아스팔트 얼어 버린 빌딩가
허나 나는 여기에서 살아요. Tokyo!
여기 친구들의 손이 있기에 살아가는 거야....

이 노래는 그가 직접 피아노로 작사작곡한 노래다.
빛과 소리 없는 세상에서 손가락으로 소통하는 기쁨이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는, 살아가는 진짜 이유는 소통이 아닐까?

사실 여러가지 수화나 보조공학의 기술이 발달한 지금,더이상 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소통의 장벽이 아닌 것 같다.

나를 포함해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서 시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으로 만나서도 소통이 막혀 살갑게 살아야할 관계마저 잃고 헤매기도 한다. 성향이 다르다고, 장애가 있다고, 또는 어떤 실수나 고의에 의해 일그러지고 단절되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가 아물고 용서하며 소통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때로는 소통하기 위해 발버둥치며 애써야할 때도 있다.
때로는 불편해도 그냥 덮어두고 그저 함께 공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마음을 트고 말이 통해 서로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또는 그런 관계로 발전되어 가면 삶의 희열마저 느껴지지 않는가...

소통. 살아가는 수단이며 관계이며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손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의 글을 읽고...
S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