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하~품

잃어버린 5만원을 찾아서

지구별 여행 2016. 2. 3. 12:38

어제 P와 함께 P의 은행 일을 보았다.

기업은행에서 정기예금 만기해지하고, 그 돈의 일부를 국민은행 청약저축에 넣는 것이었다.

은행 문 닫는 시간이 4시이니, 3시 반쯤 기업은행에서 돈을 찾아 한 블럭 이상 떨어져 있는 국민은행으로 부랴부랴~

붐비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순번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창구에서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여 갔다.

먼저, 그동안 불입하지 못한 25개월치의 금액을 넣기로 했다. 250만원.

그런데, 내가 전해준 돈을 지폐계수기로 세더니, 5만원이 모자란댄다.

엇, 내가 한 장을 덜 세었나, 하고 남은 돈에서 5만원 한 장을 보탰다.

그리고 남은 돈도 5개월치 미리 불입하였다.

그런데, 분명히 250만원을 내가 맞춘 것 같아, 입금한 금액과 남긴 금액을 합해 보았다. 아, 5만원이 비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행에서 돈을 세어보고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혹 5만원짜리 한 장을 덜 챙겨왔나.

250만원을 두 번 세어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4곳으로 돈을 나눌 때, 총 합계 금액이라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왜냐하면, 여지껏 은행에서 돈을 넣고 뺄 때 틀려 본 적이 없으니까.

내 돈도 아니고, P의 돈이다 보니 더 아찔하고 당황스러웠다.

P는 스스로 돈을 만지지도 세지도 못하는 입장이다보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도와주는 나는 내 입장이 애매해지니 억울하기마저 했다.

국민은행 담당자는 당일 시제를 확인했다. 돈이 이미 섞였으니, 총 시제를 확인하는데...

앗, 화폐계수기가 그 많은 5만원권을 세는 동안 얼마나 화폐를 튕겨내는지...

1만원권, 1천원권까지 모두 세어 확인하더니, 담당자는 자기 시제는 맞다고 한다.

그런데, 튕겨나온 5만원권들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기름이 많이 묻은 것들이 있고, 화폐계수기가 2장을 1장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마감을 한 뒤 혹여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이미 은행이 문을 닫은 후여서, 우리는 그렇게 연락처를 남겨주고 나왔다.


화가 나고, 속이 답답했다.

기업은행의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자기가 전달한 5만원권의 정확한 갯수를 말하며,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여 국민은행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기업은행에서 정기예금을 만기해지했던 것과 우리가 돈을 나누었던 금액들이 정확하게 맞았다. 다시 확인해달라고...

마감 중이니 5분 후 연락주겠다고...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하니 이미 근무시간이 지나 영업점 직원 연결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8시 45분경 P의 전화가 울렸다.

어제 마감하면서도 확인이 안되었는데, 오늘 아침 CD기에서 다시 확인하였는데, 5만원권 한 장이 남아 나왔다고.

참,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여튼 기름이 많은 묻은 5만원 한 장이 다른 5만원에 딱 붙어 있다가, 오늘 아침 떨어졌다는 말이다.

P와 나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에 대한 불신도 사라졌고...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마는, 그럴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주고건넬 때는 서로 눈 앞에서 정확하게 세고, 금액을 기록해야겠다는 것.

은행 직원들은 일상일지 모르겠지만, 믿고 돈을 맡기는 입장에서는 참 당혹스런 일이었다.

더구나, 중증장애인의 일을 활동보조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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